여러분은 우리 정부차원에서 세운 경제개발정책을 떠올리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아마 대부분이 박정희 정부가 세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떠오르실 것입니다. 그러나 그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아무것도 없는데서 나온게 아니라 이승만 정부 때 세운 경제개발 3개년 계획에서 나왔다는 것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 부분을 조명하고자 합니다.
이승만 정부의 경제정책 시리즈
이승만 정부의 경제정책 2 - 이승만 대통령의 정치 · 경제 사상의 기초
이승만 정부의 경제정책 3 - 경제정책의 국내적 기초 1 - 교육 혁명
이승만 정부의 경제정책 4 - 경제정책의 국내적 기초 2 - 토지개혁과 사유재산제 확립
이승만 정부의 경제정책 5 - 경제정책의 국내적 기초 3 - 법과 제도
이승만 정부의 경제정책 6 - 경제정책의 국외적 기초 - 미국패권질서
이승만 정부의 경제정책 7 - 산림 녹화와 에너지 정책
이승만 정부의 경제정책 8 - 제철소 건설과 공업화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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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개발의 어려움
앞서 작성한 포스팅들을 통해 이승만 정부도 박정희 정부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는 여러이유로 농업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산업화로 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또한 산업화에 철강생산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인천에 철강공장도 세웠다는 것도 말씀드렸습니다.
박정희 정부 때도 그랬지만 이승만 정부 때도 경제개발에 있어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 어려움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자금문제였을 것입니다. 안그래도 일제가 산업시설을 북한에 거의 다 만들어놓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산업시설 부족으로 산업시설을 만들어야 할 판에 그 조금있는 것 마저도 완전히 초토화 시킨 6.25가 일어난 것입니다.
그래서 너무 나라에 돈이없어 재정의 거의 대부분을 미국의 원조에 의존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즉 미국의 원조가 끈어져 버리면 나라가 망할 지경이었습니다. 그렇다보니 우리의 여러 정책에 있어 미국의 입김은 매우 강했습니다.
이렇게 자원도 하나없고 땅도 좁고 사람만 많은 전형적인 후진국이었던 우리나라가 농업을 거치지 않고 산업화를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습니다.
경제개발계획 수립을 위한 준비
그렇다면 우리 손으로 처음 만들어진 경제개발계획은 어떻게 만들어 졌을까요?
1) 경제개발계획의 필요성을 절감하다
1950년대 후반부터 우리나라의 경제관료들이 세계은행 산하의 부속기관인 경제개발연구원(EDI)로 연수를 갔습니다. 이곳에서 연수하는 동안 우리 경제관료들은 무엇인가 국가적인 경제개발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우리 경제관료 중에서 처음으로 경제개발연구원에 연수를 다녀온 송인상은 다음과 같이 증언했습니다.
당시 경제개발연구원(EDI) 연수에서는 인도와 같이 중앙 정부와 주 정부가 중심이 되서 엄격하게 짜여진 5개년 계획에 따라 장기개발계획을 추진하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브라질처럼 일정한 계획 없이 예산에 맞춰 그때그때 경제개발을 추진하는 것이 좋은지를 주제로 삼았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송인상은 우리나라와 같은 후진 개발도상국에서는 정부 주도하의 강력한 경제개발계획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 김용삼, 이승만과 기업가 시대, 329page
이에따라 경제개발연구원(EDI)로 연수를 다녀온 엘리트 경제관료들을 중심으로 1957년 정부는 부흥부 산하에 산업개발위원회를 설치했습니다.
2) 미국을 설득하다
경계개발계획 수립을 위해 산업개발위원회 위원들은 미국정부에 그 필요성을 설득했습니다. 여러분은 "아니 우리경제개발계획을 세우는데 왜 미국정부를 설득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계획을 수립해서 진행하려면 자금이 필요합니다. 그 자금을 미국이 주는 원조자금으로 하기위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부흥부 장관이었던 송인상은 두 명의 관료들을 대동하고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때마침 대만문제로 미 국무부 장관이 대만에 가있던 바람에 허터 국무부 차관을 만나서 이렇게 설득했다고 합니다.
한국은 부존자원은 물론, 기술과 자본 등 모든 것이 부족한 전형적인 후진국이다. 대신 우리는 높은 교육수준을 자랑하는 인력자원이 있으니 이를 적당히 활용하면 경제발전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또 제한된 자원의 배분과, 정책수단의 결정, 계획의 효율성과 실천력을 높이기 위해 한국경제의 현황이 정확히 분석 · 파악되어야 한다.
중략
아울러 후진국일수록 국민들에게 경제계획을 완수했을 때의 비전을 제시하고, '우리도 잘살 수 있다'는 희망을 주어 국민들 고무하고 참여를 유도하는 계획이 필요하다.
김용삼, 이승만과 기업가 시대, 330~331page
위와 같은 논리로 허터 국무부 차관을 설득하여 마침내 미국의 원조자금으로 계획을 수립하는 안에 합의를 했습니다.
3) 경제개발계획을 수립하는데 있어 당시 우리의 역량
경제개발계획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부분에 집중하고 우선순위를 둬야 하는지에 대한 계획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산업연관분석표(IOT : Input Output Table)입니다. 과연 산업연관분석표가 무엇이길래 경제개발계획을 만드는데 꼭 필요할까요?
철강공장을 짓는데 예산이 얼마가 들고, 전후방 연관 산업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를 분석해야 한다. 이 산업연관분석표를 가지고 한국경제 전반을 들여다 본 후 어느 분야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김용삼, 이승만과 기업가 시대, 333page
즉 산업연관분석표가 있어야 산업을 일으키는데 무엇이 뿌리가 되는지 알수있고 그 뿌리산업부터 실행해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승만대통령이나 박정희대통령이 제철소 건설에 그토록 사활을 걸었던 것이 제철산업이 바로 조선, 자동차, 기계, 건설 등 모든 산업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자재인 철강을 생산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당시에는 산업연관분석표를 작성할만한 기초통계나 조사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다고 합니다.
경제개발 3개년 계획의 등장
어렵게 미국을 설득하고 기초통계조차 없던 우리가 드디어 어려운 힘든 과정을 극복하고 드디어 1960년 4월 15일 경제개발 3개년 계획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1) 경제개발 3개년 계획의 특징
이승만 정부가 수립한 경제개발 3개년 계획의 특징은 무엇이었을까요?
- 공업화에 최대의 역점을 두었다.
- 공업화를 위해서는 내자뿐만 아니라 외자 등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고, 선진기술 도입이 요구되는 관계로
외자의존적 개발이었다.
- 자본집약적 산업과 노동집약적 산업을 동시에 육성하는 균형 성장론 이었다.
- 민간기업을 최대한 참여시키되, 기술적으로나 자금력으로나 민간기업이 할 수 없는 분야나 투자를
정부가 담당
김용삼, 이승만과 기업가 시대, 330, 336page
위의 특징 중 네 번째에 있는 민간기업에 관한 것은 같은 책 330page 있는 것을 첨가시킨 것입니다.
2) 경제개발 3개년 계획의 특징 해설
이 경제개발은 외자의존적 개발이었다고 합니다. 그게 당연한 것이 나라자체가 워낙 가난했던 터라 국내자금이 공업화를 하기에는 정말 턱없이 부족했을 것입니다. 따라서 외자를 빌려오지 않으면 경제개발 시작조차 불가능 했을 것입니다.
네번째 민간기업에 대해서는 우리나라가 실행했던 특이한 것이었습니다. 이 방법을 실행했던 이유에는 미국이 갖고있던 개발도상국들이 추진하는 경제개발계획에 대한 좋지않은 시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왜 좋지않게 생각했을까요?
미국은 2차 대전 종전 후에 인도, 파키스탄, 터키 등 여러나라에 대규모 원조를 제공했지만, 결국 미국의 손에서 벗어났다. 미국이 대외원조에서 성공한 유일무이한 나라가 한국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때문에 우리 정부 관리들이 경제개발의 필요성을 제기할 때마다 미국은 "한국도 사회주의식 경제개발을 하여 다른 길로 나가려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가졌다. - 김용삼, 이승만과 기업가 시대, 331page
위의 인용문에서 사회주의식 경제개발이라는 것은 경제개발에 있어서 계획부터 실행까지 모든 것을 정부가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회주의는 공산주의의 전단계로서 이미 모든 기업을 국유화 시킨 상태를 말합니다. 미국은 한국도 경제개발을 이런 방식으로 하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따라서 당시 방미했던 우리 대표단은 절대로 사회주의식으로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야 했던 것입니다.
경제개발 3개년 계획의 운명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3개년 계획은 아쉽게도 4.19혁명으로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이후 장면, 박정희 정부로 계승되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거듭났습니다.
4.19혁명이후 출범한 장면정부는 3개년 계획을 5개년 계획으로 수정하였습니다. 장면정부는 무엇을 변경시켰을까요?
- 목표 성장률을 연 5.6%에서 6.1%로 높여 잡았다.
- 3개년 계획은 균형성장에 입각해 있었으나 5개년 계획은 전략부문 중점투자 전략을 채택했다. 즉 전력,
비료, 시멘트, 화학, 섬유, 정유, 철강, 농업부문에 재원을 집중 투입해 먼저 발전시키고, 타 분야의 발전을
유도하는 불균형 성장전략을 택했다.
김용삼, 이승만과 기업가 시대, 337page
장면정부가 수정한 5개년 계획부터 투자의 우선순위가 정해졌습니다.
이후 5.16으로 등장한 박정희 정부는 장면정부가 수립한 계획을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천명했고 장면정부가 수립한 계획에 더해서 장면정부시절 개최했던 종합경제회의에서 나온 의제들 중 경제기획원 신설, 농어촌 고리채 정리, 신 5개년 계획, 국토건설사업 계획, 태백산 종합개발 등을 더해 계획을 실행했습니다.
